꼬꼬튀밥 리뷰 – 내가 닭껍질이라 믿었던 연근 (편스토랑 신제품)
가끔, 인생에서 실망은 가장 가까운 데서 온다.
예를 들면, 마트 앞 냉장고 속에서.
혹은 ‘닭껍질 튀김’이라는 이름이 떠오른 순간부터.
‘편스토랑 꼬꼬튀밥’을 집어 든 건 순전히 그림 때문이었다.
포장지 한가운데 그려진 바삭해 보이는 갈색 조각들.
그걸 본 순간, 뇌에서 자동으로 KFC가 재생되었다.
“설마, 편의점에서 닭껍질 튀김을 밥이랑 준다고?”
두 눈을 의심했지만, 그 의심은 희망으로 바뀌었고,
희망은 곧 실망으로 진화했다.
전자레인지에서 따끈하게 데운 도시락.
첫 조각을 집어 먹은 순간,
입안에 퍼지는 바삭함, 그리고… ‘응?’
이건 닭껍질이 아닌데요?
어딘가 오묘하게 쓴맛과 섬유질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그건 닭의 기름진 껍질이 아니라,
연근이었다.
바삭하게 튀겨진, 식이섬유 만렙, 그 연근.
속은 건 아니지만, 뭔가 교묘했다.
닭껍질과 연근의 시각적 유사성을
이렇게 탁월하게 활용할 수 있다니, 감탄이 먼저 나왔다.
물론 닭도 있었다.
튀김이긴 했다.
하지만 양은 자주 찾아오는 손님이 아니라,
“지나가다 들른 느낌”이었다.
밥 위에 조금 얹혀 있었고, 그 존재는
KFC에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던 ‘닭껍질 성지’와는
사뭇 다른 결의 것이었다.
의외였던 건 밥이었다.
묘하게 괜찮았다.
약간 고소하고, 간도 알맞았고,
튀김의 기름기를 억제해주는 역할도 했다.
심지어 혼자 먹다 보면,
“그래, 밥이 있으니까 다행이야…”라는
체념 섞인 위로까지 가능해진다.
결론은 이렇다.
꼬꼬튀밥은 나쁘진 않지만, 오해하게 만든다.
기대를 KFC에 두면 안 되고,
튀김의 정체는 늘 두 눈으로 확인해야 하며,
연근은 생각보다 튀김에서도 존재감이 크다는 것.
그래서 나처럼
닭껍질을 상상하며 먹은 사람에겐
작은 배신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또다시 마주쳤을 때
“그래도 밥은 괜찮았잖아…”라고 되뇌며
장바구니에 다시 담을지도 모른다.
인생이 원래 그렇다.
닭껍질일 줄 알았던 것,
알고 보니 연근이었던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