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첫 방문 후기 — 공시의 성지라는 말, 현실은 꽤 다르게 다가왔다
공무원 준비를 결심하고 ‘성지 순례’처럼 처음 노량진에 갔다. 시험 공부의 상징 같은 공간이고, 무언가 각오를 다질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노량진은 내가 상상했던 그 모습과는 꽤 달랐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공시생 커플이었다. 정장을 입은 직장인이 아니라, 누가 봐도 운동복 차림의 공시생 둘이서 손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 커플이 한둘이 아니었다. ‘같이 공부하며 의지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솔직히 공부에 집중하려는 사람 입장에선 다소 시선이 흐트러지는 풍경이었다.
그리고 자습실 주변 분위기도 기대와는 달랐다. 노량진이라고 해서 다들 숨죽이고 문제집에 파묻혀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잡담, 전화 통화, 소곤소곤을 넘은 수다까지. 굳이 이 동네까지 와서, 이 가격을 내고, 이 시간에 저런 대화를 하러 오는 이유가 뭘까 싶었다. 분위기에 완전히 몰입하고 싶었던 나로선 꽤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흡연구역엔 담배 피우는 수험생들이 무리지어 있었다. 스트레스 많을 수 있고, 한 대 피우고 다시 책상에 앉는 루틴일 수 있다 생각했다. 근데 그 자리에 오래 서 있는 사람들, 서로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고 나니, 여기가 과연 시험 준비를 위한 공간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건, 과목 선택의 편중이었다. 들어보니 열 명 중 일곱은 한국사를 하고 있었다. 진짜다. 조용히 듣고 있으면 책에서 들려오는 단어들이 전부 고려, 조선, 신라였다. 물론 중요한 과목이고 점수 메이커지만, 영어 과락이 현실적으로 더 무서운 건 다들 알고 있을 텐데 그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결론? 그냥 다시 안 간다.
노량진엔 노량진만의 속도와 문화가 있는 것 같고, 분명 좋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무조건적인 각성과 몰입을 기대한 내가 잘못 생각한 부분도 있다. 공부는 장소가 아니라 태도로 하는 거고, 어쩌면 나는 누가 뭐라고 하든 조용한 내 방이 더 적성에 맞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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